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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즌3(~2023)

짧은 회고록 모음

by 이영때 2021. 12. 7.


1.
택시를 타고 출근하는데, 기사가 한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않았다. 단톡방에서 '오늘도 화이팅'이란 문구를 체크하고 카톡 단톡방의 빨간 점들을 없애기 시작했다. 뭔가 불안했다. 가뜩이나 지각하게 생겼는데 밟지 않고, 카톡 정리나 하면서 핸드폰과 도로를 번갈아 보면서 달렸다. 카톡의 빨간 점을 다 없앴을 때, 밟을 줄 알았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밀린 문자도 보고 연락처 정리까지 했다. 이때 난 왜 '거 불안하게 핸드폰 보지 맙시다'라고 말을 못 했을까? 무엇이 날 쫄게 했을까? 신기한 것은 핸드폰을 하면서도 옆에 벤틀리가 지나가니까 완벽한 차선 조절을 하고, 도가 바뀌어서 할증요금을 붙는 버튼은 칼같이 누르던 기사의 모습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평점 1점과 '이 기사 다시 만나지 않기'를 누르는 게 전부였다.

2.
'맛집의 옆집'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줄 서서 먹는 맛집의 옆에서 파리를 날리는 가게에 들어가는 프로그램이다. 아빠가 회사 다닐 때 하던 말씀이 기억에 난다. '점심때 지하상가에서 밥을 먹는데, 한 군데는 진짜 줄이 긴 데, 바로 옆집은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 가게 사장은 정말 옆집 사장을 죽이고 싶을 거다.' 그 멘트가 십몇 년 후에 프로그램화된 것이다. 산책을 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한 가게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 그 옆집에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맛집의 옆집 N화 출연!' 이란 문구와 방송 사진을 캡처해서 걸어놓았다. 마치 '먹거리 X파일'이나 '불만제로'에 출연했다고 광고하는 느낌을 들었다. 저게 자랑이라고 걸어놓은 걸까? 아니면 사람들이 아무 생각도 없이 방송에 나왔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서 걸어놓은 걸까? 아무튼, 가게 안에 손님 수를 보면 그 현수막의 효과는 미미했던 것 같다. 그 가게 사장도 옆집 사장을 죽이기 위해서 칼을 갈고 있었을 것 같다.

3.
'야 우리 주말에 한강에서 자전거 타지 않을래?' '좋아! 진짜 재밌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않았다. 그녀들에겐 따릉이는 가혹한 고문 기구와도 같았다. 스스로 선택해서 탔기 때문일까? 중도 포기도 쉬워 보이지 않았다. 쌩쌩 지나가는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에 대비되던 그녀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야 나 너무 힘들어... ㅠㅠ 죽을 거 같아" 주말 한강을 걸어가면서 많은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여러 사정을 가지고 있었던 자전거 세 자매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그래도 너희들은 주말에 한강에 자전거를 같이 탈 친구들이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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