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4.시즌3(~2023)

맥도날드의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by 이영때 2020. 11. 23.

맥도날드의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여유시간에 잠깐 짬을 내서 맥도날드에서 맥치킨세트를 시켰다.
햄버거랑 감자튀김은 매장에서 먹고, 음료는 아이스커피로 테이크아웃했다.

 

10분 남짓한 시간에 햄버거랑 감자튀김을 먹고, 얼른 회사로 돌아가려고 했다.
커피를 들고 매장을 나서서 회사까지 짧은 5분 거리를 걷는데 순간 많은 생각이 밀려왔다.

 

아빠는 항상 커피를 좋아했었다.
주말 아침에는 원두가는 소리, 그리고 커피 향이 집안을 가득 채웠었다.

그때는 몰랐다. 커피 맛을. 나에겐 그저 쓰고 뜨거운 물에 불과했다.

 

커피가 점차 대중적이 되면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3~5천 원이면 한 잔 사 먹을 수 있는 가격이 형성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도 나는 커피 맛을 몰랐다. 그때라도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빠는 항상 아침 산책을 다녀오고 나서, '맥도날드에서는 천 원짜리 아이스커피를 팔아'라는 이야기해줬었다.
스쳐 가는 이야기였을 텐데 지금 왜 이리도 기억 속에 선명한지는 모르겠다.

 

그 이후로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나는 어느 사회인과 마찬가지로 커피 맛을 알게되었다.

집에 캡슐 머신까지 구비해놓고 아침에 한 잔, 무료한 오후에 한 잔, 카페인을 즐길 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매일 커피를 마실 때에도 딱히 아빠의 커피 에피소드는 떠오르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때는 그 짧은 5분 사이에는 이 모든 것들이 밀려왔다.

아빠에게 조금 더 시간이 있었다면 이제는 집에서 편하게 커피를 마실 수도 있고, 함께 시간을 가질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포함해서 말이다.

 

그 짧은 거리를 걸으며, 어느 일요일 아침에 원두가는 소리와 커피 향이 떠올랐다.

'4.시즌3(~2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안정이다.  (1) 2021.01.04
모기의 날갯소리는 왜 귀에 거슬리는가?  (0) 2020.12.15
GROW UP  (0) 2020.12.12
세상에 천재는 많다.  (0) 2020.12.04
악의 꽃  (2) 2020.11.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