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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즌3(~2023)

모기의 날갯소리는 왜 귀에 거슬리는가?

by 이영때 2020. 12. 15.

보일러가 발달해서 겨울에도 모기가 성가시게 군다.

인간의 문명을 모기도 함께 누리는 것이 분명하다.

 

모기에게 피를 빨리며, 귓가에 울리는 앵앵소리 때문에 잠을 설치면서도 늘 궁금했다.

 

모기의 날갯소리는 왜 귀에 거슬릴까?

 

몰래 피를 훔쳐 빨아먹어야 한다면 조용해야 하는데

들키기 쉽게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면서 식사를 해야 하는가?

생물학적인 이유가 있을까?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목숨 걸고 건드려달라는 이유가 무엇인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날갯소리는 모기에게 이득이 되는 부분이 없는 것 같았다.

 

......

 

오랜 고민과 적절한 조사의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은 모기란 종의 존재 이유가 '인간을 빡치기 위해 설계된 생물'이란 것이다.

피를 훔쳐 가고 가렵게 하고 게다가 잠도 설치게 하고, 때로는 이 모든 과정이 함께 동반되기도 한다.

게다가 통계학적으로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인 생물이기도 하다.

 

모기에게는 종족의 번식보다 목숨을 걸고라도 인간을 킹받게 하는 것이 더 큰 존재 이유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모기의 날갯소리가 거슬리는 이유가 맞아떨어진다.

자신의 목숨보다 인간을 괴롭히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 DNA에 각인되어있으니까.

 

 

이 사실에서 굳이 교훈을 찾자면 모기는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목숨도 아끼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가치 증명 앞에서는 목숨은 한없이 하찮은 걸림돌일 뿐이다.

 

다른 벌레들은 어두운 곳에 숨어서 슬금슬금 숨죽이며 살아가는데,

모기는 '날 봐 여기 널 위해 내가 존재해'라고 소리치면서 밥을 먹는다.

 

날 위해 존재하는 것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자.

그리고 만약 자신이 벌레 같은 삶을 살지라도, 최소한의 마지노선은 모기로 삼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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